막막함과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준비해서 출국한지도 어느덧 41일이 훌쩍 지나갔네요.
남미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시작해서 브라질 갱단을 뒤로하고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 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즐거운 일이었든 힘든 일이었든 다 그저 그립기만 합니다.
처음에 어르신들 뵙고, 팀장님 뵙고, 또래 친구 언니들을 뵈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까지 정이 드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다 제 이모 이모부 삼촌이 돼주셨고 그렇게 가족처럼 다닌 지 41일 만에 헤어진 지금, 저는 그분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몇 년간 제 버킷리스트 1,2 위를 다투던 마추픽추와 우유니 소금사막. 막상 가보니!!!! 더 좋았지만 여러 팀원들과 팀장님과 함께여서 더 더 더 더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우유니 투어 첫 째날 물 찬 소금사막에 흥분해서 날라 다니고 차 위에 앉아서 노래 부르고 소위 ‘car festival’ (설악산 이모부가 붙여준 별명)을 즐기다가 다음날부터 앓아 누워서……^^;; 남은 우유니 투어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아픈 저를 배려해 주시며 먹을 것도 챙겨주시고 걱정해주시던 여러분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어쩌면 카 페스티벌을 즐긴 날보다 아팠던 날들이 평생 잊지 못할 추억 한 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우리 팀원 중에 분명히 3대가 덕을 쌓은 사람이 있을 거라며 좋아하셨을 만큼 남미에서의 날씨는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와이나픽추 정상에서 마추픽추를 훤히 내다보는데 성공했고, 우유니 소금사막에는 물이 차있었고 토레스 델 파이넬 국립공원을 갔을 때도, 모레노 빙하 트레킹을 했을 때도, 또레 호수 트레킹을 했을 때도, 그 언제든 날씨는 모두 환상적이었습니다.




제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던!! 기대해 마지않던 대망의 이과수 폭포를 보는 날 장대비가 내렸지만, 장대비 내리는 이과수를 볼 수 있었음에 행복했습니다. 브라질 이과수에서는 햇볕 쩅쩅한 이과수를 봤고, 아르헨티나 이과수에서는 장대비가 내리는 이과수를 본 우리 팀은 두마리 토끼를 다잡은 셈인거죠!! 특히 햇볕이 내리 쬐는 이과수는 흔하지만 장대비를 맞으며 시원하게 이과수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 뿐 아니라 덕분에 물 양이 많아 져서 보다 웅장한 이과수를 볼 수 있었기에 더할나위 없이 행복헸습니다. 하루 종일 우비소녀가 되어 구경하며, 도중에 찍힌 사진 덕분에 ‘이찬희 유령 설’이 돌기도 했지만 ㅎㅎㅎ 이런 별명을 붙여주신 어르신들 덕분에 제 여행 추억이 한 층 더 알록달록 해진 듯 합니다. 더군다나 저는 운이좋게도 리오로 넘어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과수 폭포를 조망하는 기회 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거쳐 칠레로 넘어갔을 때 까지만 해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줄 몰랐습니다. 앞으로 또 언제 타볼 까 싶어 24시간 버스타기를 감행해 보느라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때까지 버스에 시달렸고, 고산증에 시달리면서도 남미의 경치는 최고였고 여러분과 함께여서 완벽했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면서부터 시간이 미친 듯이 빨리 지나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두 나라를 오가며 구경한 파타고니아 지역에서의 날씨는 추웠지만 저는 소라언니와 잊지 못할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한국엔 없는 지평선과 한눈에 다 담기지 않는 그 풍경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걷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던 저는, 남미에 있는 동안 25년동안 걷지 않은 만큼 걸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다힘들다’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고생 끝에 얻은 트레킹의 황홀경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 마다 줄 서는 게 힘들었지만 인내심을 배웠고 알록달록 도장이 찍힌 여권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 못 누린 인기도 누리며 연예인이 된 듯 현지인들과 사진도 찍어보면서 낯선 사람을 굉장히 경계하던 저는 또 다른 세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남미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한국의 떡볶이가 사무치게 그리웠는데, 그 그리움마저 포기할 즈음 리오 데 자네이로에 도착했고 서서히 여행의 막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41일 간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정이 끝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인생사진이든 흑역사로 남을 사진이든 다 예뻐 보이는 지금, 저는 남미에서의 41일이 꿈만 같고 너무나 그립습니다.
일주일 뿐이 되지 않았지만 너무나 그리운 팀원 여러분!! 지금의 헤어짐이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에
저는 또 뵐 날만을 기다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Ps. 고생한 우리 소라언니! 저는 단지 팀장님을 만난 게 아니라 평생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은 언니를 얻은 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팀원들 보다 언니가 팀장으로서 더 많이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웃음 잃지 않고 팀원 한 사람 한 사람 챙겨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언니 사랑해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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