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미 팀장과 함께한 250차 남미 세미패키지 여행을 다녀와서
(생각나는 내용만 간단히 기록하려 했는데도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혼자 갖고 있으려 했었지만, 애써 주신 하미 팀장님을 위해서 탑재합니다.)
코로나 19 유행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던 2020년 2월 4일 출발하여 3월 3일에 귀국한 29일간의 남미여행!
출발할 때에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 전염병도 웬만큼 수그러들고 괜찮아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보다는 직장 생활을 하느라 기껏해야 보름 정도의 패키지여행 만을 주로 했던 내가, 이 나이에 한 달이라는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가 더 큰 걱정거리이고 관심사였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요즘은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마비될 지경의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며 사람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귀국 후 남편과 함께 손녀도 만나지 않고 스스로 약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갖고 있는 요즘은, 아르헨티나 여행기를 보여주고 있는 ‘트레블러’라는 TV 프로그램을 찾아보거나, ‘남미 코로나’에 관한 내용이 있는지 검색해보는 것이 소일거리가 되었다. (우리는 운 좋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 남미가 청정지역이라 할 때 다닌 것 같다.)
■ 여행지 별 인상 깊었던 일
며칠 전 우여곡절도 많았던 25명 우리 팀을 인솔해 준 하미 팀장이 인솔자 여행기를 보내주었는데(언제 우리를 그리도 세심하게 관찰하였을까요?), 나도 틈틈이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여행 기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일들만 간단히 기록해 보았다.
1. 페루
가. 하미 팀장과 함께 한 리마에서의 첫 남미 음식 체험:
남미 음식점 사람들은 계산이 좀 느린 것 같았다. 음식 먹은 우리들은 이미 계산 마치고 앉아 있는데, 정작 돈 받을 사람의 계산서는 너무 느렸던 기억이......
나. 나스카의 경비행기:
아침에 좀 더 서둘렀어야 했는지, 간 반의 차이로 두 번째 팀은 점심시간도 넘기고 오래 기다렸다가 늦게 탔다.(나는 처음에 탔지만......)
평소 경비행기를 타도 멀미를 하지 않았었기에 멀미약을 안 먹었는데, 비행기가 하도 빙글빙글 돌아서 멀미를 심하게 했다. 덕분에 아쉽게도 신기한 그 모습들을 실눈 뜨고 대강만 보았다. 멀미약 복용은 필수!
다. 이카의 버키카 투어:
처음엔 가파른 모래 언덕을 내려가는 것이 두려워 다들 망설였었지만, 몇 번 타본 후에는 사막의 모래 언덕만 보면 ‘샌드 보딩’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라. 바예스타 섬:
배를 타고 바다의 중간 쯤에서 나타난 이름 모를 새 떼를 보며, 너나 할 것 없이 “와!”하고 감탄사를 남발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절로 웃음이 난다. 그 후에 나타난 엄청난 물개 떼와 새 떼와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바예스타 섬의 새 떼를 보고 난 후에는 부작용이 있다. 웬만한 물개 떼나 새 떼를 보아도 큰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우수아이아의 비글 해협 투어가 그랬다. 펭귄이 서식하는 곳에 갔어도, 작은 섬에 물개들이 모여 있어도 ‘별로 많지도 않네’라며 배 안에서 나가질 않게 되었으니까......)
마. 마추픽추:
‘아, 내가 정말 남미에 왔고, 마추픽추를 보는구나!’
라는 감탄과 함께 멋진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보고 또 보며 실감한 곳. 남미 여행은 이 때 이미 반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바. 쿠스코:
비행기를 타고 리마에서 출발하여 이제 쿠스코에 내린다고 생각하는 순간, 폭우로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리마로 회항했던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또한 내 평생의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 되리라! 온종일 리마 공항에서 우왕좌왕하며 기다리다가 오전에 도착할 곳을 저녁 때에나 도착하여 멋진 쿠스코를 실컷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게다가 쿠스코부터 시작된 고산병은 정말 힘들었다. (조금 빨리 걸으면 숨차고, 사람마다 고산병의 증세는 다르다고 하지만 남편은 이유 없이 설사를 했고, 나는 머리가 많이 아팠다. 쿠스코에서 산 생약 성분의 고산병 약과 함께 먹은 타이레놀은 내가 평생 먹은 것보다 이번 남미여행에서 먹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사. 푸노:
축제(우리 팀은 운이 좋았었는지 가는 곳마다 축제를 하는 지역이 많았다.)가 한창인 푸노에 도착하여 배를 타고 우로스 섬으로 갔는데, 비용을 내고 또 다른 배를 타라고 했다. 선택 옵션은 모두 해봐야할 것 같아서 그 배를 탔는데..... 타지 않았어야 했던 것 같다. 어른은 타지도 않고 5~8세 정도의 아이들 대여섯 명이 타서 배도 조정하고 끊임없이 재롱잔치처럼 노래를 불러댔다. 그리고 이 관광객들이 언제나 우리에게 뭐라도 주나 하는 눈치를 보여서 ‘아동학대’의 현장을 본 것 같은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우로스 섬에서도 원주민 아주머니들이 각종 수공예품을 파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세 명의 아주머니 것을 골고루 사주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관광객의 심리를 노린 묘한 상술(?)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코스는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
2. 볼리비아
가. 라파스:
인구밀도 높은 볼리비아의 수도, 야경이 멋있었다. 현지인 가이드를 따라 라파스와 엘 알토를 잇는 교통수단인 케이블카를 환승해 가며 타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나. 우유니 소금사막:
숙소는 불편했지만 그래도 하룻밤 새 팀원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우리 팀의 여행 운이 좋았는지 비는 오락가락 했지만 중간중간 멈춰 주어서 신기한 사진 촬영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춥지 않아서 핫팩은 딱 하루만 사용해 보았다. 조금만 가지고 갔다면 아르헨티나 비행기를 탈 때 신경을 덜 썼을까?)
마지막 날은 볼리비아의 국경까지 육로로 이동하여서 하루 종일 계속되는 고산병 증세에 괴로웠지만 중간중간 펼쳐지는 절경은 잠시 두통도 잊게 해 줄 만큼 멋이 있었다.
국경을 넘어 칠레로 발을 딛는 순간, 이제부턴 고산병이 사라질 거라는 기대감과 해방감에 기뻤을 만큼 고산병은 힘들었다.
3. 칠레
가. 산티아고:
5명이 택시를 타고 하미 팀장이 알려준 한국식당으로 가자고 했건만 택시 기사가 맘대로 데려다 준 식당은 ‘다온’이라는 한국식당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식당 사장님을 만나 실감 나는 교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알찬 시내 관광도 할 수 있었고.....
나. 토레스 델 파이넬 국립공원: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그레이 빙하를 보러 갔다. 그런데 기대보다 아주 작아서 빙하를 보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빙하의 색깔은 비현실적인 그림을 보고 있는 듯 푸른 빛을 띠며 빛나고 있었다. 온난화 현상으로 변해가는 지구의 현장을 본 기분이다. 이 빙하가 몇 년 후에도 남아 있을까?
4. 아르헨티나
가. 피츠로이 주변 트레킹:
카프리 호수에 비친 멋진 피츠로이는 잊을 수가 없다. 남편과 함께 약 4~5시간 정도 산행을 했는데 가파른 길이 거의 없어서인지 힘들지가 않았다. 게다가 엘 찰텐의 숙박 호텔에 예약하여 먹은 스테이크도 정말 맛이 있었다. (이후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까지 거의 매일 고기를 먹었지만, 그 곳 숙박 호텔에서의 스테이크 만은 못했던 듯 하다.)
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
배를 타고 본 빙하보다는 전망대에서 보는 빙하가 훨씬 좋았다. 다음 번에 또 간다면 배는 타지 않으리라!
다.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
비글 해협 투어(페루 바예스타 섬에서의 장관을 보았기에 바다 사자나 펭귄 무리가 적어서 실망했던 투어). 특산물로 맛있는 대게, 연어구이 등을 먹었다. 많은 팀원들이 그 때 나온 식비를 기준으로 환전한 결과, 아르헨티나를 벗어날 땐 남은 페소를 없애기 위한 고민들을 해야 했다. (이제는 그 일도 무척 재미있었던 여행의 추억이 되었다. 나는 페소도 다 쓸 겸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이과수 커피를 샀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요즘 식구들과 잘 마시고 있다.)
라. 부에노스 아이레스:
점심에 무한정으로 먹었던 한식 고기 부페. 아르헨티나의 소고기 값은 매우 저렴하고 맛이 있었다. 또한 길에서나 공연장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멋진 탱고도 잊을 수가 없다.
마. 이과수 폭포:
요즘 TV에서 나오는 트레블러 아르헨티나 편을 보면 이과수 폭포도 나오고 예약제로만 운영한다는 레스토랑 ‘토스카나’가 나온다. 우리 팀 중 여러 명도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점심 식사를 그 식당에서 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페소를 소진하기 위해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해서 두꺼운 스테이크를 원 없이 썰어 먹으며 재밌어했던 기억이 생생하여 벌써 그립기까지 하다.
5. 브라질
가. 쌈바 축제:
빗속에서의 축제 열기는 정말 대단하고 화려했다. 그런데 비를 너무 많이 맞아서 추웠던 기억이 더 많다. (삼바 축제를 관람할 때 비가 많이 왔었기 때문에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더라도 우리에게까지는 침투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 리우 데 자네이루: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예수상, 퐁지 아수카드로, 셀라론의 계단, 메트로 폴리타노 대성당 등을 보고 점심에는 아르헨티나의 아사도와 비슷한 슈하스코를 먹었는데 그만 먹겠다고 할 때까지 주는 고기 뷔페였다.(아르헨티나부터 브라질까지는 거의 매일 고기를 원 없이 먹었다. 점심에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을 먹지 못할 만큼.....)
■ 귀국길
온종일 리우 데 자네이루 관광을 하고 나서 저녁 때 공항으로 이동하여 미국 마이애미, 달라스 공항을 거쳐 인천행 비행기를 탔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밀려와 긴 비행시간도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인천 공항에 도착한 귀국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 19로 인한 마스크 등장과 함께 텅텅 빈 공항의 썰렁함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마친 후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깨끗하고, 멋지고, 예뻐서 새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는 자부심을 매번 느끼곤 했었는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이다.)
■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요즘은 시차도 다시 적응하였고 자가격리로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이번 여행의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 보며 힘을 얻고 있다.
다시 한 번 긴 기간의 여행이라 불안했던 우려와는 달리 안전하고 편안하게 남미여행을 마치게 해 준 하미 팀장님,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었던 멋진 팀원들, 그리고 이런 여행 패키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준 ‘오지 투어 여행사’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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